국경 없는 마을 - 외국인 노동자, 코시안, 원곡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국경 없는' 이야기
박채란 글 사진, 한성원 그림 / 서해문집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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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TV프로그램, 책, 뉴스 등을 통해서 그들의 불평등한 대우를 접하면서 처우가 개선되기만을 바랬다. 비록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그들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부분으로서 국내 노동자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이 마음놓고 즐겁게 일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건 곧 우리에게도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빈약하기만 하다.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한국 노동자들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때문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피부 색깔과 가난한 나라라는 인식으로 인해 멸시를 한다. 한국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평가할 입장은 되는지 묻고싶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상처를 주면 줄수록 한국의 이미지도 나빠지고 서로의 감정만 상할 뿐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한국에 돈을 벌기위해 왔다. 짧으면 1~2년, 길면 몇십년을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한국에서 제 2의 인생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들은 비록 서툴긴 하지만 한국말을 하고, 하루종일 공장에서 일하는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그들도 나와 똑같은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보다 조금 가난한 나라에서 산다고 불평등을 받을 이유는 절대 없다. 한국에서의 삶이 눈물과 슬픔, 분노로 점철되지 않기를, 기쁨과 행복이 더 많은 비중이 차지하길 바란다. 

띠안은 코시안이다. 아빠는 인도네시아 사람이고 엄마는 한국 사람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늘어나면서 코시안에 대한 문제가 많이 부각되고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까무잡잡한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받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는 사회가 나서서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도 똑같은 한국인이고 한국 아이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걸 말이다. 그게 당연한 상식임을 알려줘야 하는 현실이 어찌보면 야속하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외국인에 대한 (특히 동남아시아쪽)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런 띠안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띠안의 아버지는 집나간 아내를 대신해 띠안을 홀로 키우며 살았다. 9년간의 한국생활은 그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지만 띠안을 얻은건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그. 부디 띠안과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띠안이 선생님과 친구들과 송별식을 하면서 "왜 다들 나한테 한국말을 잊지말라고 하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지는데 그 부분이 가슴아팠다. 띠안이 한국인으로서 산 6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인도네시아에 가서도 한국과 한국어를 잊지말았으면 좋겠다. 

띠안의 경우처럼 국제결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법제도는 뒤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그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특히 불법체류자 가정의 아이가 받는 차별과 서러움은 꽤나 크다. [코시안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주연 선생님은 아이들의 분노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두려움과 공포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부모님이 경찰에 끌려가는걸 본 아이들이 느낄 공포는 너무도 심하고 결국 싸움이나 폭력으로 분출한다는 것이다. 경찰만 봐도 움츠러 드는 아이들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줘야 할까. 

그리고 선생님은 오늘 만난 아이를 내일, 다음시간에도 만날수 있을까 걱정 한다고 한다. 한참동안 안나오면 강제출국을 당했거나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소문이 날아드니, 결국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채 헤어지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인간의 기본권리를 보장받을수 있는게 원칙이지만 부모와 같은 불법체류자로 인식되는게 보통이다. 외국인 자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 할 때이다. 

쉼터지킴이 재호 아저씨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좋은 사람은 좋고 나쁜 사람은 나쁘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불법체류자 하면 다 착하고 순박한 사람을 떠올리지만 한국인이 그렇듯 외국인도 각자마다 다른것이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다. 우리와 그들은 똑같으니 피부와 경제력을 기준으로 대하지 말고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야 함을 의미한다.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교류를 함으로써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야 한다. 

국경없는 마을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2만명 넘게 산다고 한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와 우리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오래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안산 외국인 지역과 서래마을을 비교한적이 있었다. 안산에서 사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그로인한 범죄도 많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근처 한국인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 모든 외국인을(동남아쪽) 범죄인으로 보고 멀리했다. 아이들에겐 외국인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고, 부모들은 불안해서 살수 없다고 했다. 

반면 프랑스인이 많이 사는 서래마을은 안산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백인들이 사는 그곳엔 외국식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았고 외국인들은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쾌적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그들을 친절하게 대했고 외국인과의 생활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 외국인 전체의 문제가 아니다. 고로 안전엔 전혀 이상없다'고 말했다. 안산 외국인 마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는 뭘 의미하는 것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안산에만 '국경없는 마을'이 있어선 안된다. 우리 마음속에 은밀히 감춰두었던, 혹은 노출되었던 마음의 벽을 모두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국경없는 마을을 넘어선, 국경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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