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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 - 자본시장과 투자의 미래, 사모펀드 이야기
최우석.조세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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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본시장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는 걸 좋아한다.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예전에 신문을 구독할 때는 따로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했다. 경영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사모펀드에 대해 간략하게 배운 적은 있었다. 시험에 나올 만한 것을 암기했던 것도 같은데 모두 단편적인 정의에 그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는 사모펀드에 대한 내용은 정말 얄팍했다. 소수의 비공개집단이 자산을 운용하는 기구라고 들었고, 같은 수업을 들었던 대학 선배가 비슷한 곳에 들어갔는데 정말 업무량이 말도 안되게 많다고 하고, 사모펀드에서 돈을 굴리는 액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등... 그냥 카더라로 들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미지의 영역을 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실제 사모펀드 업계에 종사하는 분과 그 업계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분의 공동 집필로, 생생한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다. 저자가 사모펀드 일을 하면서, 저녁엔 대학원에 다니고, 동시에 이 책을 집필까지 했다는 부분을 읽고 놀랐다. 아무리 시간은 쓰면 쓸수록 나온다고 한다 해도, 시간을 쪼개 책을 쓰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서론부터 얻을 정보가 많았다. 사모펀드가 어떤 일인지 대략적으로 감이 올 수 있는 서론이었다. 투자 결정을 하고,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는 게 이 일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동안 사모펀드에 대해 황소개구리 같이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었고, 나 또한 론스타 사건 등을 접하면서 그런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인식이 조금 바뀐 것 같다. 사실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경영자의 마인드'로 기업을 바라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럴 때마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그런 마인드는 현실적으로 갖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론을 읽으면서 딱 이 일은 그런 마인드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되지만 멋진 일인 것 같다. 또한 요즘 기업의 미래 먹거리 산업, 미래 트렌드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하게 또 나온다. 역시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의 흐름이 뭘지 고민하고, 앞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이윽고 본론에서는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모펀드의 역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사모펀드 제도는 2004년에 국내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900여개에 가까운 사모펀드가 존재하지만, 2005년에는 15곳에 불과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날 사모펀드의 수가 이렇게 많은지도 몰랐다. 내가 알고 있는 사모펀드는 MBK 파트너스밖에 없었고, 많아봤자 50여곳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추측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사모펀드 제도가 생겨난 배경엔 IMF로 인한 M&A 시장의 변화가 한몫 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사실 여기엔 다 적을 수 없지만, 기업의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특히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국내의 유명 엔터사들의 인수합병에 관한 사례였다. 얼마전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의 콘서트에 저스틴 비버가 게스트로 나온 적이 있다. 비록 비대면으로 무대를 따로 했지만, 어쨌든 하이브라는 기업이 정말 크게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하이브가 국내의 여러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 BTS를 성장 사다리로 삼아 크게 성장하고, 저스틴 비버가 속한 엔터 회사를 인수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다른 대형 소속사들의 성공, 실패 사례를 읽는데 예전에 회계학 수업에서 SM, YG, JYP 세 회사의 회계처리의 특징에 대해 교수님이 말씀해주셨던 게 떠올랐다. 내가 엔터 회사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사모펀드와 함께 성공한 기업들을 다룬 챕터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친숙한 기업들이 많이 나왔다. 공차 코리아가 대만의 공차 본사를 인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맘스터치의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 대학 시절 맘스터치에서 잠깐 알바한 적 있는데, 그당시 대학가에서 맘스터치는 정말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대중적인 인기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에 맘스터치가 사모펀드에 매각되었다는 부분을 읽었을 땐 좀 의아했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을 읽고 왜 매각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됐다. 그리고 인수 후 원가를 절감하고 임원을 정리한 뒤에, 영업이익을 대폭 올렸다는 부분에서 감탄했다. 사모펀드가 기업의 문제를 치료해주는 의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모펀드를 굴리는 기관투자자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실 사모펀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는 정말 궁금한 부분이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궁금증이 많이 해결된 것 같다. 크레딧 마인드와 에쿼티 마인드에 대해 다룬 부분이 인상깊었다. 사모펀드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일반투자에 비해 한 건에 거액의 금액이 투자되고, 회수 기간도 길다. 그리고 한 번의 실패로 큰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 신중한 투자가 중요하다. 원금을 최우선으로 회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률을 확실히 내는 것도 중요하다. 공격과 방어 전략을 적절하게 취하는 능력이 꼭 필요한 게 기관투자자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멋있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인상적인 부분을 위주로 적었는데,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목차를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목차가 정말 잘 짜여있어 책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300페이지가 약간 안되는 분량임에도 많은 내용이 들어가있던 것 같다. 딱딱하지 않은 재밌는 책이었고, 여러 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급 정보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여러번 더 펼쳐볼듯 하다. 사모펀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흔치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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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순간들 - 나조차 몰랐던 나를 만나는 시간
김현경 지음 / FIKA(피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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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엔 수많은 질문-응답형 다이어리가 있다. 언뜻 보기엔 그게 그거 같지만, 책마다 질문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여름 vs 겨울과 같이 선택이 명확하게 있지만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는 질문도 있고, 개인의 경험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도 있다. 좋은 질문에 좋은 답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질문일수록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예전에 3년 일기를 써봤는데, 사실 나는 평소에도 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인지라 쓸 거리가 없어서 거의 빈칸을 남겨둔 채로 끝나곤 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다른 주제를 담은 질문형 다이어리가 더 끌리는지도 모른다.


처음 「나만의 순간들」이란 제목을 가진 이 다이어리를 접했을 때, 사실 다이어리라는 걸 잘 몰랐다. 일단 책 분류가 에세이로 되어 있었고, 제목에도 꼭 다이어리라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톤다운된 예쁜 오렌지빛 양장본도 뭔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에세이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게끔 했다. 책 설명과 목차를 읽고 나서야 질문형 다이어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질문형 다이어리와 차별화된 부분을 발견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스스로에게 뭔가 궁금한 점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딱히 없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책을 펼치고 접한 프롤로그엔 저자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와 있었다. 솔직히 너무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저자의 10년 전 이야기는 지금 내 모습과 비슷해서 씁쓸하기도 했다. 10년 뒤, 저자는 그렇게 힘든 일도 다 지나갔다는게 위로가 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하고, 스스로 놀랐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긴 터널을 벗어나고 또 다른 터널로 들어갈텐데, 그 시간을 다 보내고 나서 비슷한 생각을 하겠구나 싶어서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 반년 주기로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을 두 번 하게끔 구성되어 있었다. 반년 전과 비슷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반년 전의 내 답을 보는 건 일종의 피드백일 것이다. 짧은 주기로 피드백을 접할 수 있는 구성이 좋았다. 아마도 스마트폰과 같은 도파민 덩어리에 익숙해져서일까?


또한 질문의 구성도 괜찮았다. 너무 깊지도, 너무 얕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사적인 것을 묻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질문을 보면서 저자가 본인에게 도움이 됐던 질문들을 고심해서 담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프롤로그와 설명을 읽고, 첫 장에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을 색깔로 나타낸다면 어떤 색깔일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파랑색을 꼽았다. 6개월 뒤의 나는 어떤 대답을 할까? 파랑색을 쭉 좋아할 수도, 다른 색깔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넓은 칸에 글을 쓰니까 글을 많이 쓰지 않아도 꽉 차보이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


「나만의 순간들」이란 제목처럼, 사소하지만 소중한 나만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질문해주는 이 책은 꽤 특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은 이 다이어리와 함께 기억될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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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당신은 -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뤄줄 행동과학의 비밀
그레이스 로던 지음, 최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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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한 전공 수업에서 독특한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10년 후'라는 과제였는데, 말 그대로 10년 뒤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에 대해서 쓰는 과제였다. 10년 뒤 나의 직업은 무엇일지,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 될지부터 시작해서 살게 될 주택은 어디쯤 위치하고 가격대는 어떻게 되는지, 자가용이 있다면 어떤 차인지, 가전제품과 기타 필수품을 들이는 데 필요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까지 상세히 기술하는 과제였다. 선택 과제였고, 쓰기 까다로우며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았지만, 한번쯤 써보고 싶은 주제였기 때문에 두고두고 생각이 났다. 그 당시 그 과제를 선택한 몇 안 되는 학생들은 지금쯤 목표를 이뤘는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를 읽었을 때 몇년 전 그 과제가 퍼뜩 떠올랐다. 5년 후 나는 뭘 하고 있을까?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없다. 반대로 5년 전 나는 뭘 하고 있었을까? 5년 전이 2017년이란 것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5년이란 시간은 길게 보이지만 짧은 시간인 것도 같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뤄줄 행동과학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읽고 약간의 기대감과 희망이 생겼다. 과연 5년이면 불가능해 보이만 간절히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5년이라는 시간은 목표를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10년이 걸려도 그 목표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는 단언을 들었고 좌절했지만, 이윽고 다른 멘토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좌절모드를 극복한 뒤에 5년만에 목표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행동과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저자의 자서전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책을 읽기 전, 저자의 화려한 약력을 봤을 땐 그냥 쭉 엘리트 코스만 걸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저자는 수많은 좌절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고,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잡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순간순간엔 행동과학적 인사이트가 있었다.


책의 1장은 다양한 사람들의 예시와 함께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앞으로 나올 내용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2장을 읽었을 때 나는 이 책이 혹시 워크북인가? 싶었다. 2장은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동시에 목표를 함께 세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나는 미래 청사진을 그릴 때 커리어적인 부분은 제하고 내가 즐기고 싶은 일, 여행가고 싶은 곳에 중점을 두곤 했었는데, 이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2장을 읽으며 깨달았다. 저자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해줄 커리어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3장은 '시간 좀벌레'라는 개념을 내세워, 본인의 시간을 뺏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찰하는 문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되는 점은 스스로 생각해볼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는 점이다. 사람마다 문제점이 다른데, 그 문제점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4장에 나온 사람들의 인지편향에 대해 알아보는 부분은 저자의 행동과학적 통찰이 돋보였다. 특히 피드백에 관한 부분이 와닿았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필요가 있으며,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실패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 5장의 타인에 관한 부분도 4장의 연장선상에서 더 깊게 생각해볼만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6장의 환경에서는 통풍, 조명, 색, 온도 등의 환경적 요소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풍수지리학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7장의 회복력에 대한 부분은 저자의 따뜻한 조언이 돋보이는 파트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면에 대한 꿀팁이 나와있었는데, 이 부분은 기존에 알고 있던 팁과 새로 알게 된 과학적 사실이 함께 들어 있어 좋았다.


이 책은 저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행동과학적 통찰들이 녹아들어가 있는 책이었다. 또한 워크북 형식으로 되어있는 부분은 독자가 따라하기에 손쉽게 되어 있었다. 5년 뒤 내 모습이 어떨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무작정 흘러가는 대로 두기 보단 어느정도 그림을 그려봐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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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 - 책 속의 한 줄을 통한 백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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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모두 고전이라 일컫는 유명한 책들이다. 이 명저들을 한번에 모두 맛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백 년의 기억, 베스트셀러 속 명언 800」은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 800여 권 속에 있는 명언들을 아낌없이 담아놓은 책이다. 저자 김태현은 인문 큐레이터로, 수만 권의 독서를 통해 얻은 메세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사이즈는 내 책상 위에 있는 쌀집 계산기와 비슷한 크기로, 아담하며 휴대성이 좋은 편이다. 또한 이 책은 정리도 일목요연하게 되어 있었다. 주제별로 읽고 싶은 명언을 읽을 수 있도록 800권 속 명언들을 14개의 챕터로 나누었으며, 각 챕터 아래에는 해시태그 표시로 주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실패에 관한 명언, 시간에 관한 명언, 정리정돈에 관한 명언 등 수많은 명언들이 있었고, 나는 그 중 읽고 싶은 주제부터 무작위로 읽었다. 정말 평생 읽을 명언들이 여기 다 실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명언이 있었다. 오래된 고전 뿐만 아니라, 바로 작년 하반기에 출간됐던 베스트셀러까지 책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좀 놀라기도 했다. 내가 정말 읽고 싶었는데 시간 부족으로 읽지 못했던 책의 구절도 이 책에 실려 있었다. 또한, 각 챕터마다 느껴지는 울림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변화와 실행에 관한 명언을 읽으면서 수많은 책의 저자들이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같았고, 역사에 관한 명언을 읽었을 때는 역사책을 다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책에서 인상깊게 읽은 구절을 추려놓아서 그런지 엑기스를 뽑아 읽는 듯 했다.


책을 읽으면서 구절마다 공감가는 부분이 꽤 있었다. 살면서 한번쯤 생각했던 것인데,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가르침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덮어놓기보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내야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 경험은 우리가 책임지는 방식에 따라 다른 선택지로 다가올 수 있다. 이런 요지를 담은 명언들은 나에게 낯설지 않은 말이었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말들이었다. 이 책은 일상을 살면서 잊고 있었던 이런 중요한 가르침들을 다시 알려주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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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 하편 - 공부 욕심이 두 배로 생기는 발칙한 수학 이야기 소름 돋는 수학의 재미
천융밍 지음, 리우스위엔 그림,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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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흥미를 느낄 기회가 살면서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을 읽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 읽었던 수학귀신 이후로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이 더더욱 눈에 띄었다. 제목부터 소름돋게 재밌다니, 얼마나 재밌는 걸까? 제목 뿐만 아니라 목차를 봐도 재밌어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받고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어버렸다. 예상대로 흡입력 있는 책이었다.


서론에서 저자는 수학을 다루는 과학자를 요즘 사람들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선망어린 시선으로 봤다고 한다. 저자의 수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뒤이어 나온 1장은 함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함수 파트를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소수 찾기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소수의 매력은 뭘까? TMI지만 참고로 나는 5의 배수를 좋아한다. 카카오톡 비밀번호도 5의 배수이다. 5의 배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끝자리가 5 또는 0이면서 5로 깔끔하게 나눠지기 때문이다. 그 간결함이 좋고, 수가 커질수록 여러번 나눠지는 점도 좋았다. 그렇지만 소수는 나눌 수 있는 수가 1과 자기 자신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소수의 그런 점도 단순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숫자가 큰 소수를 구하기 위해 페르마의 소수 공식과 메르센 수 등의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었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또한 1장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리먼 추측은 몇억개의 데이터가 뒷받침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난제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글로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나중에 영상으로 찾아보려고 한다. 아무튼 수억개의 데이터가 있다면 명제로 봐도 무방할 텐데, 확실하게 구멍이 메꿔질 때까지 계속 연구해나가는 수학자들의 자세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확률에 대해 다루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초반에만 재밌는 내용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구미를 당기는 재밌는 내용이 나와 좋았다. 그 중에서도 도박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도박은 자기 실력대로 하는 도박이 있고 순전한 운으로 하는 도박이 있다고 한다. 물론 두가지 요소를 적절히 섞은 도박도 많다. 그런데 운으로 하는 도박일수록 딜러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기 쉽다고 한다. 도박에 대해 수학적으로 접근하니 도박의 맹점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뒤이어 나온 예시도 재밌었다. 소비자를 속이는 상술에 대한 부분에서는 아이돌 앨범에 딸린 포토카드가 생각났다. 수많은 포카버전과 팬사인회 응모권을 모으기 위해 같은 앨범을 수십 수백장 사는 사람들이, 포카를 다 모으려면 정말 많은 수의 앨범을 사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더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정말 신기했던 게 생일의 일치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50명의 사람이 있을 경우 적어도 2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97퍼센트에 육박한다고 한다. 처음엔 이 부분을 읽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싶었는데 설명을 듣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 부분은 정말 신기했기 때문에 집중해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조합과 마방진에 대해 다룬 챕터는 유독 필사할 부분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죄수의 산책과 코크만 여고생 문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내가 정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라 따로 필기해 두었다. 코크만 여고생 문제란, 각 학생들이 한번만 같은 팀이 되도록 팀을 구성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또한 마방진에 관한 내용도 재미있게 읽었다. 3X3 마방진에서부터 육각 마방진까지 다양한 마방진들이 나와 있었다. 저자가 디자인에 다양하게 쓰이는 마방진을 소개하며, 수학과 예술은 끊을 수 없는 인연이라고 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여담이지만 내 취미인 뜨개질도 수학적 계산을 잘해야 더 잘 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집합과 논리에 관한 파트는 초반부터 흥미로운 주제들로 가득했다. 죄수의 생사를 가르는 추첨에서 한 죄수가 보인 기지는 정말 감탄을 마지않을 수 없었다. 또한 유리수와 짝수의 갯수의 수가 똑같으며, 그 논리를 설명하는 부분은 처음 접하는 개념이라 정말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무리수는 유리수보다 많으며 그 이유는 복잡해서 생략한다는 부분을 읽고 왜 그런건지 정말 궁금해졌다. 또한 후반부에 나이 맞추기 문제에서 내 나이로 문제를 풀어봤는데 계속 다른 나이가 나왔다. 내가 잘못 푼 걸까? 그리고 이교도를 물에 빠뜨리기 위한 문제인 요세푸스 문제의 해법은 정말 기발하면서도 참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감상을 쓰다보니 길이가 길어졌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수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순간순간을 재미있게 포착한 책이다. 앞서 언급한 부분 말고도 정말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어, 수학의 매력을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학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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