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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간주문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평점 :
친구 사귀는 것이 서툴렀던 사오리에게 피아노와 독서는 가장 오래된 친구였을 것이다. 그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의 팬이라면 알고 있을 사실이겠지만 최근에 팬이 된 사람이라면 잘 모를 것이다.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이야기를 써 내려간 첫 소설『쌍둥이』를 읽은 후 그가 쓴 글을 좀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문학계에서 사오리가 독서 에세이를 연재한다는 소식으로 이루어졌다. 잡지와 인터넷으로 동시에 연재해 주어서 인터넷으로 쉽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번역기에 의지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원문을 읽고 싶었다.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직접 읽은 건 3편뿐. 눈 깜짝할 새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쌍둥이 때처럼 원서를 다 읽어보기도 전에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사오리의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는 소식은 기뻤지만 게으른 자신에게 속이 쓰렸다.
처음에 제목을 들었을 때(나는 일본어를 번역기로 발음을 들어서 읽는다.) 단순히 독서 감상(感想) 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자를 보니 독서 간주(間奏) 문이었다. 둘다 발음이 "칸소오"로 똑같았기 때문에 완전히 착각해버린 것이다. 한자를 공부하지않아 생긴 바보 같은 실수였다. 제목 그대로 책의 감상을 연주하듯이 써내려갔다. 내가 읽은 일본 소설은 요시모토 바나나,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들의 몇몇권이 전부였지만 에세이에서 나오는 책을 몰라도 책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읽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오리가 읽은 책들을 통해서 그의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힘들게 라이브 하우스를 만들고 처음으로 피아노를 시작하고 좋았던 일도 기분 상했던 일도 독서를 통해 기록되고 반성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사오리의 인생의 조각들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팬으로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부분은 『양과 강철의 숲』부분이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소중한 것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친구의 꽃다발을 질투해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다섯 살의 사오리도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됐을 때 소중함을 깨달은 여덟 살의 사오리도 입술을 깨물고 악보와 마주했던 열다섯 살의 사오리도 모두가 내가 라이브에서 만나는 사오리를 만들어준 그의 인생의 조각들인 것이다. 지금 그에게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 중요한 것인 관객이 되기 위해 또 라이브에 가고 싶어졌다.
단순히 세카이노 오와리의 팬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라고 말하겠지만 팬이 아닌 단순한 독자의 입장으로서 책을 통해서 무언가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있는 책의 권 수만큼 인생의 조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오리의 곁에서 그의 인생을 책이 지켜줬던 것처럼. 당신의 곁에도 그런 친구 같은 책이 있었다면 이 에세이가 제법 재미있을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