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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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말하면 뭐라 할수 있으나 나 많이 웃었다. 그것도 아주 큰소리로, 아주 극한 상황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프로를 보는 느낌? 

바로 딱 그 느낌었다. 이가 몽땅 빠지면 너무 아프고 피가 질질 나겠지만 개그 프로에서 몽땅 빠지면 실컷 웃게 되는. 

손현주 작가는 심각함 속에 웃음을 담는 그런 재주를 가졌다. 아주 부럽고 찬미해 마지 않을만큼.

정말 어쩌면 이렇게 답 안나오는 콩가루가 있을까 싶은 가족들 

가족 소개를 하자며 팔십이 넘은 할머니지만 이 집안의 기둥과 같은 분으로 양로원 가기를 꿈꾼다. 그리고 엄마가 다른 세 아이. 언니, 오빠, 그리고 주인공 여울이. 엄마가 없는 아이들, 그래서 이집에서는 엄마라는 말은 금기어다. 그런 애틋한 사연은 그저 사연일 뿐, 현실은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는 오빠, 여울이만 보면 욕을 달고 사는 뚱뚱한 언니. 그리고 날마다 가출을 꿈꾸는 여울이. 주식하락에 모든 걸 잃고 뇌경색을 앓는 삼촌. 채권 추심 하청일을  하는 아버지.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콩가루 가족이지만 슬프거나 낙담하기에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가장 크게 웃은 웃음 관전 포인트는 두군데인데 하나는 할머니의 대사.  팔순을 넘겼지만 그 누구보다 든든한 욕쟁이 할매. 주인공 여울이에게 늙어서 똥귀저귀 빨게 할년이라는 말은 참 어처구니 없이 웃긴다.  

두번째는 가출을 출가라 하며 꿈꾸는 여울이가 언니가 가출하자 선수쳤다고 하는 부분이다. 언니의 가출에 선수쳤다고 낭패스런 표정을 짓는 동생이라니. 

이 어찌 개그가 아니랴. 

여울이의 당당함은 말하는 듯하다. 

너희의 고민은 세발의 피야. 내 이야기좀 함 해볼까? 

현실은 어쩌면 슬픔 속에 슬프다 울지 못하고 이렇게 양양거리며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말 암담할 때 우리는 울기보다 이를 악문다.  

그리고 용기를 낸다. 살아가자고, 살아내자고. 보란듯이. 

아버지의 구속과 언니와 오빠의 연이은 가출로 엉겁결에 가장이 된 여울이가 힘을 내게 된 원동력이 바로 그것인 것이다.  

엉망진창을 온통 짬뽕처럼 다 처 넣고도 휘휘 저어 멀쩡한 상태로 요리해놓은 손현주의 레시피에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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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9-02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씁쓸한 이야기, 그래서 슬픈 이야기였어요.